왜 성 입구는 굽어 있을까

일본의 성을 방문하면 문을 통과한 직후 직각으로 꺾어야 하는 장소를 만나게 됩니다. “왜 곧장 갈 수 없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 구조가 바로 “마스가타 고구치”입니다. 전국시대 말기에 고안되어 “최강의 고구치”, “고구치의 완성형”으로 불리는 방어 구조입니다.
이 글에서는 마스가타 고구치의 구조와 방어 기능, 그리고 역사적 발전에 대해 해설합니다. 성 탐방 시 마스가타 고구치를 발견하면 성의 설계 사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스가타 고구치란
마스가타 고구치는 성의 출입구(고구치)에 정사각형 공간을 설치한 방어 구조입니다.
“마스”는 쌀 등을 계량하는 네모난 나무 용기를 말합니다. 이 마스 모양과 비슷한 사각 공간을 설치하기 때문에 “마스가타”라고 불립니다.

기본 구조
마스가타 고구치의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1번 문(고라이몬 등): 바깥쪽 문
- 정사각형 공간(마스가타): 사각으로 둘러싸인 공간
- 2번 문(야구라몬 등): 안쪽 문
적은 먼저 1번 문을 돌파한 후 마스가타 내에서 직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2번 문을 공략해야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면을 둘러싼 성벽 위에서 수비병의 공격을 받게 됩니다.
외마스가타와 내마스가타
마스가타 고구치는 설치 위치에 따라 “외마스가타”와 “내마스가타”로 분류됩니다.
외마스가타는 구루와(곽)의 바깥쪽으로 마스가타가 돌출된 형태입니다. 성 밖에서 보면 문 앞에 사각 공간이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내마스가타는 구루와의 안쪽에 마스가타가 수용된 형태입니다. 1번 문을 통과하면 구루와 안에 마스가타 공간이 펼쳐집니다.

성 탐방 시에는 마스가타가 성벽 바깥으로 나와 있는지, 안쪽에 수용되어 있는지 관찰해 보세요.
좌절과 우절
마스가타 고구치에서는 1번 문에서 2번 문으로 향할 때 직각으로 꺾어야 하는데, 이 꺾는 방향에는 “좌절”과 “우절”이 있습니다.

일본의 성에서는 우절(적에서 보아 오른쪽으로 꺾는)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좌절 마스가타 고구치를 가진 성은 오사카 성이나 오다와라 성 등 소수에 한정됩니다.
마스가타 고구치의 방어 기능
마스가타 고구치가 “최강의 고구치”로 불리는 이유는 그 뛰어난 방어 기능에 있습니다.
적의 진행을 늦추다
곧장 나아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은 필연적으로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군으로 공격할 경우 좁은 문과 방향 전환으로 대열이 흐트러지고 진군에 시간이 걸립니다.
미야자키현에 있는 오비 성에서는 오테몬에서 혼마루로 향하는 경로에 마스가타 고구치가 설치되어 있어 적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늦추는 설계로 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직각으로 방향 전환하는 구조가 많지만, 오비 성에서는 180도 방향 전환을 강요하는 곳도 있습니다. 완전히 속도를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이처럼 마스가타 고구치 공략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비 측은 지원군 도착을 기다리거나 다른 방어책을 강구할 여유가 생깁니다. 반면 공격 측은 장시간 전투로 지치고 사기도 저하됩니다.
삼면에서의 집중 공격(킬존)
마스가타 고구치의 최대 특징은 적을 “킬존”(살상 구역)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스가타 안으로 들어온 적은 좌우와 정면의 삼면이 성벽으로 둘러싸입니다. 이 성벽 위에는 궁수와 조총병이 배치되어 적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퍼부을 수 있습니다. 방향 전환으로 발을 멈춘 적은 성벽 위에서 저격당합니다.

마스가타 고구치의 역사
마스가타 고구치가 등장한 것은 전국시대 말기, 모모야마 시대 무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전의 고구치는 단순한 구조가 많아 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를 계기로 마스가타 고구치는 급속히 발달했습니다. 전국 통일이 진행되는 가운데 축성된 근세 성곽에는 거의 예외 없이 마스가타 고구치가 채택되었습니다. 축성의 명수로 알려진 도도 다카토라는 이마바리 성을 비롯한 많은 성에서 마스가타 고구치를 채택하여 그 보급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마스가타 고구치의 규모는 성에 따라 다양했지만, 권위를 나타내거나 더 견고한 방어를 위해 대규모 마스가타 고구치가 축조되기도 했습니다. 현존하는 성문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에도 성 소토사쿠라다 문의 마스가타는 약 27m×38m(약 1,060㎡)의 넓이를 자랑합니다. 현재는 고쿄가이엔(황거 앞 광장)으로 되어 있으며, 지하철 “사쿠라다몬역” 바로 근처로 황거 러너들이 자주 지나가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설계를 무기로, 구조를 아군으로
일본의 성은 지형을 이용해 방어력을 높이거나 구조의 공부로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등 무기나 병력에만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방어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스가타 고구치는 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정사각형 공간에 적을 유인하여 삼면에서 공격을 퍼붓는 합리적인 설계는 전국시대에 갈고닦은 방어 기술입니다.
성을 방문했을 때는 문을 통과한 후의 구조에 주목해 보세요. 직각으로 꺾는 장소가 있다면 그것이 마스가타 고구치입니다. 외마스가타인지 내마스가타인지, 우절인지 좌절인지, 그런 것을 생각하며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